Tuesday, May 12, 2009

나이들면 더 아픈 이유

요즘 몸이 많이 아프다. 이렇게 많이 앓은 적이 언제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어릴 때는 아프면 좋은 점도 있었다.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기침소리도 일부러 크게 내곤 했다. 아무리 아파도 엄마가 한참을 걸어서 약방에서 사온 약은 신통하게 잘들었다. "이거 무모 고마 낫는다 카더라" 이 말을 난 거의 절대 신뢰했다. 약에 취해서 노곤한 채로 누워서 천정벽지에 있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몇개인지 세고 있으면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조용히 문풍지가 바람에 떠는 소리, 감나무 대나무 잎이 바람에 흩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잠이 들고 깨어나면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상위에 올라왔다. 아파 누워있는 시간은 온 식구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신통한 약들이 사라졌다. 약에 대한 나의 신뢰가 사라진 것이 먼저인지도 모른다. 그런 희한한 기하학적 문양이 있는 벽지도 없어지고 축구중계를 보다가 잠이 든다. 좋아하는 반찬을 기대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그래서 내가 더 많이 아픈가 보다.

5 comments:

  1. 이장님 언능 나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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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학원때 혼자 자취하고 있을때였어요. 정말 혼자서 그렇게 밤새 끙끙거리며 앓아 본적이 없었거덩요. 누굴 부를 힘조차 없었어요, 아침에 이러다 죽겠다싶어 죽을 힘을 다해 공중 전화 부스를 찾아 갔었어요, 세상이 노랗다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 때였으니...전화 저쪽에서 들리는 엄마 목소리...엄마 나 죽을것 같어...그리고는 어떻게 집으로 들어갔는지 모르게 들어갔고 다시금 끝없는 잠으로 빠져들어갔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엄마가 약 먹으라며 깨우더라구요. 엄마...그리고 약...그리고 죽 같은것을 먹은 기억...그냥 까마득한 느낌들...그런데 웃기는건 그렇게 죽을것 같던 제가 언제 그랬냐는듯 벌떡 일어나더라는 거죠...엄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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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리는 몸의 병 이전에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요. 순수함 소박함 이런 것들은 깡으로 바뀌고 많이 거칠어졌어요. 우리의 신앙의 모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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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깡으로 버틴다는 것......이십대에는 뭔가 에너지가 넘쳐보이고 정신세계가 강해보였는데....사십이 되어가니....그것이 얼마나 나를 황폐하게 만들었는지를 알았어요.
    예전에는 아픈것도 눌러버리고 외로워도 눌러버려 내 자신이 도대체 무슨 감정으로 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달려왔는데......하나님을 조금씩 가까이 하게 되면서 나눌 수있는 마음을 주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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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지금 (현재)이 영어로 present인데 이 단어는 다른 뜻으로는 선물이죠. 현재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은 모르고 지나치죠. 얼마전 연속극 보는데 나오는 대사가 기억이 납니다.

    A: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분명해지고 확신이 생길까요?

    B: 나이 들면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이 있지. 한번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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