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anuary 15, 2010

그의 나라와 오후 5시 같은 인생

송병주 목사—

(중략) 유대인들의 당시 노동환경은 하루 10시간 노동이었다. (중략)오후 5시 인생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오후 5시면 누가 생각해도 포기해야 할 상황, 아무런 희망이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떠나 버린 곳. 그런데 그 시간까지 버티고 남아 있었다면 그 사람의 심정은 어떤 심정이 그의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했을까? 오후 5시 같은 인생을 묵상하다가 미국 대공황 시절, 짐 브래독이라는 권투 선수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신데렐라맨>이 생각이 났다. 라이트 헤비급 권투선수 유망주였던 짐 브래독은 오른쪽 손목뼈가 골절되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권투선수의 삶을 접고 부두 막노동자로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대공황이 밀려오고, 얼어붙은 겨울에 불을 피울 수 없는 극도의 가난의 현실 앞에서 감기와 폐렴에 걸린 아이들을 포기해야 할 단계까지 갔다. 자식들과 같이 살고 싶은 마음에 자존심을 접고 champion's club에 가서 모자를 벗고 동전 몇 푼이라도 부탁하는 구걸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아버지, 짐 브래독. 어쩌면 이것이 바로 오후 5시까지 그곳에 남은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 인생의 전환점은 무엇인가? 바로 "우리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은혜"다. 우리 하나님은 포도원 주인처럼 끊임없이 당신의 백성을 찾고 있다. 자랑할 것 없고, 그저 부끄러움 밖에 없는 사람에게도, 절박한 심정으로 버티는 사람에도 당신의 나라는 임하신다. 하나님나라는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자신의 공로를 내세워 구원을 가르치는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에게 주님은 통렬하게 메시지를 주셨지만, 오후 5시 인생 같은 절망의 유대 땅을 향해 예수님은 희망의 메시지를 주셨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은 시간까지 인력시장이 있는 곳이면 자기 발로 찾아오셔서, 나에게 사명을 주시고 처음 된 자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채우신다.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으로 인해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이것은 지금도 동일하다. 낙심과 절망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나의 소망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하나님이 마침표를 찍기 전까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향해 마침표를 찍지 말라." 모두가 끝장이라고 말하며, 더 이상 희망 이 없다고 말하며, 남아 있는 자존심조차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 같은 상황일 때, 그런 상황에 있는 우리들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이 마침표를 찍지 않으셨는데 내가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실패도, 그 어떤 좌절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내 육신과 영혼을 할퀴고 지나갔다 할지라도, 그래서 오후 5시 같은 인생의 자리에 서있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당신에게 그의 나라의 일꾼으로 인도하시는 분이심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중략)

오후 5시 같은 인생에게 지금도 하나님나라는 열려있다. 하나님나라는 나의 공로와 능력의 결과가 아니라, 은혜임을 지금도 예수님은 도전하고 계신다. 천국은 나의 공로로 가는 곳이 아니다. 동시에 천국은 내가 인간적으로 부족하다고 갈 수 없는 곳도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나라는 은혜다. 그래서 우리에게 희망이다.

앞에서 말한 짐 브래독은 가정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오후 5시 같은 인생에 다시 권투선수로 재도전한다. 헤비급이라 할 수 없는 뼈가 드러나 보일 것 같은 왜소한 체구에 부러진 오른쪽 손목 부상을 안고 권투 선수로서는 할아버지라 불러도 될 나이에 다시 링 위에 섰다. "나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어"라는 독백 같은 그의 말에 오후 5시에 부름 받은 품꾼의 마음이 보인다. 그런 짐 브래독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팔아가며 그의 재기를 돕는 친구가 있었다.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위해 온 힘을 다해 그를 격려하고 돕는 친구가 있었다. 그의 도움과 부두 노동자 친구들의 눈물어린 후원 속에 황혼 길에 선 노인 같은 그가 다시 링 위에 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의 재기, 그러나 그는 미국 최강자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다. 이 스토리를 알기에 사람들은 짐 브래독을 <신데렐라맨>이라 불렀고, 결국 그의 가슴시린 재기는 대공황에 빠져 절망 가운데 살던 미국인들의 희망이 되었다. 결국 2명이나 링 위에서 죽게 만든 절대 강자 맥스 베어와 마지막 챔피언 결정전에서 치열한 공방을 거친 끝에 결국 15회 판정승을 거두며 온 세상을 향한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오후 5시 같은 품꾼의 인생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일은 '절망'밖에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 가지 더 할 일이 남았다면 지금도 우리를 찾으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다. 마지막 삶의 자리에 서 있는 지금 우리에게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의 소망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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