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金顯承)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시인은 가을에 찾아야 할 세가지를 기도, 사랑, 고독이라고 한다. 11월이다. 11월은 영혼을 영글게 하는 영성의 달이다. 지난날 나의 기도는 너무 분주했다. 간구해야 할 것이 많아서 아뢰다 시간을 다 써버렸다. 이사람 저사람 얼굴도 떠오르고 이일저일 해야 할 일 도 많아서 나의 기도를 채워버렸다. 기도를 해도 영혼은 고갈 되어갔다. 믿음이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데 기도에 매이지 않는 기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님의 사랑의 메시지 하나에 귀기울이고 주님의 숨소리를 듣고 사모하는 그분의 어깨에 기대어 영혼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기도이다. 내 눈에 눈물이 고이면 사랑도 고백해본다. 나의 지난날 사랑도 분주했다. 뭔가 잘 해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은 늘 불안했다. 주님께도...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랑을 담은 눈빛으로 바라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살짝 허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영혼이 촉촉해진다는 것을... 가을에 회복해야 할 것은 먼 전설처럼 느껴지는 주님과 혼자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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